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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전체 글 (37)
알쓸복잡(알고보면 쓸데없는 사회복지 잡생각)
어느 날, 대학을 갓 졸업하고 복지관에 새로 입사한 신입직원 사회복지사가 갑자기 고민이 있다며 조심스레 말을 걸어 온 적이 있었다. 이유는 평소 복지관을 자주 찾아오시는 할아버지가 자신을 자꾸 “아가씨!”라고 불러서 몹시 속상하다고 했다. 나는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사뭇 진지한 신입직원의 모습에 순간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었다. 그러다 얼른 정신을 차리고 그 신입직원을 살살 다독이면서,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사회복지사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잘 몰라서 간혹 그런 경우가 있다고 별일 아닌 듯 대충 넘어가려 했다. 그리고 다음에 그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되면 명함을 드리면서 자신을 사회복지사라고 정중히 소개하라며 업무지시(?)까지 내렸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나의 처신은 ..
나는 사회복지사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줄곧 주변 선배 사회복지사들로부터 “사회복지사는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가 돼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리고 내가 선배가 된 지금 후배 사회복지사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 말인즉, 예나 지금이나 사회복지사가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는 것은 이 바닥에서 마치 진리처럼 회자가 되는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사회복지사들은 멀티(multi-)로 일을 많이 한다. 예컨대 사회복지사가 소위 프로그램이라는 업무를 하나 맡게 되면 계획을 수립하는 일부터 프로그램 운영, 홍보물 제작, 자원봉사자 모집, 후원(?) 개발, 송영 업무(―프로그램 이용자나 자원봉사자들을 차에 태워 이동시키는 일―)까지 혼자서 도맡아 하는 것은 일상 업무다. 더군..
사회복지사는 전문가인가? “사회복지사는 전가인가?”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당연히 “그렇다!”라고 대답하겠지만 속으로는 ‘그런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나 스스로는 항상 사회복지사가 전문가라고 다짐하며 살고 있지만, 막상 인터넷에서 설문지를 작성하거나 회원가입을 할 때 직업란에 전문직으로 표시해야 할지 서비스업으로 표시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기타란에다가 “사회복지사”라고 주관식으로 써야 할지 망설여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더군다나 나는 삼수에 걸쳐서 그 어렵다는 사회복지사 1급 시험에 합격했는데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을 때가 많다. 나는 10년이 넘도록 사회복지사로 살았지만 지금도 스스로 전문가라는 확신이 들지 않아 슬픈 자괴감이 드는 요즘이다. ..
현대인들은 하루 평균 10장 이상의 사진을 찍고, 또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하루에 50장가량 본다는 통계가 있다. 가장 잘 알려진 SNS인 Facebook 한 곳에만도 1초에 4,000장씩 매일 3억5,000만 장 이상의 사진이 새롭게 업로드된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불과 몇 년 만에 우리의 삶은 매일 수많은 사진으로 둘러싸여 있다. 사람들은 그렇게 기뻐도, 슬퍼도, 즐거워도, 우울해도 사진을 찍는다. 심지어 직장에서도 사진을 찍는 것은 일종의 기록물로 중요한 업무 중에 하나다. 사진을 찍고 싶어서 찍는 사람, 찍고 싶지 않아도 찍어야 하는 사람, 그렇게 우리는 자의든 타의든 매일매일 사진을 찍고 또 찍는다. 나도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지난 10년 동안 찍은 사진만 ..
2017년 여름, 제주도에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바뀐 버스노선 때문에 제주 사람들끼리 시끌시끌했던 일이 있었다. 고작 버스노선이 바뀌는 게 별거냐 싶겠지만, 제주도에서 평생을 산 제주 할망들에게는 수십 년을 오일장에 갈 때 타고 다닌 버스가 하루아침에 바뀐다는 것은 고작 버스 번호가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세상이 바뀌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안 그래도 변화를 극도로 싫어하는 제주도 사람들인데 새로 생기는 환승 정류장이니 버스전용차선이니 교통복지 카드니 하는 것들은 더더욱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버스노선 개편에 대한 제주도청의 의지도 강했다. 제주도는 수년 동안 급격하게 늘고 있는 제주도의 인구증가와 관광객의 증가에 따른 교통체증 해소와 주차난 해결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그렇게 찬반이 ..
2018년 8월, 국회에서 사회복지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종교법인이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종교행위를 강제할 수 없다.’는 내용을 신설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과연 이 법이 통과될까?’하는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마음으로 국회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식을 들은 지 채 두 달도 안 된 시점에서 법안을 발의한 11명의 국의의원 전원이 돌연 법안을 자진 철회하면서 나의 반쪽자리 기대는 한 순간에 무너지고야 말았다. 그 당시에 나는 또 속으로 ‘그럼 그렇지. 세상이 그렇게 쉽게 바뀔 리가 있나... 쯧쯧’하며 혀를 찼던 기억이 ..
수많은 이해관계 속 복지와 정치 스마트복지관이 마을회관으로 이사 온 지 두 달 정도 지났을 무렵 어느 날, 한 낯익은 정치인이 복지관을 찾아왔다. 그 날은 특별한 기념일도 아니고 선거철도 아니었는데 정치인이 제 발로 찾아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더군다나 스마트복지관은 이용자가 드나들지 않는 비현실적인(?) 그런 복지관이 아니던가. 그래서 연락도 없이 방문한 연유를 물어봤더니 그 정치인은 멋쩍은 표정으로 ‘마을을 지나다 우연히 스마트복지관 보람판을 보고 궁금해서 무작정 올라와 봤다’고 했다. 나는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와 마주앉아 스마트복지관의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꾀나 진지해 보였다. 스마트복지관의 취지와 비전을 얘기할 때는 스스로 가슴 벅차했고, 대한민국의 사회복지 현실을..
중국역사상 가장 오랜 분열과 혼란의 시기를 우리는 춘추전국시대(B.C.770~B.C.221)라고 일컫는다. 춘추전국시대는 춘추(春秋)시대와 전국(戰國)시대를 아울러 표현한 것이다. 춘추시대는 기원전 770년 주나라 유왕이 견융의 공격에 죽고 천도한 뒤 진나라가 한나라, 위나라, 조나라의 삼국으로 분열한 기원전 403년 이전까지를 말하고, 전국시대는 그 이후부터 진시황이 삼국을 통일한 기원전 221년까지를 가리킨다. 춘추전국시대에는 기존의 가치가 무너지고 전쟁이 일상화 되었으며 약자의 삶이 짓밟히는 절망의 시대였다. 반면에 새로운 문화가 보급되고 학문과 사상이 발전하는 등 절망의 어둠은 오히려 새로운 생각에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복지전국시대 필자가 제주도에 내려와 스마트복지관이라는 새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