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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전체 글 (39)
알쓸복잡(알고보면 쓸데없는 사회복지 잡생각)
개똥 같은 일 “사회복지는 홍보가 중요하다!”는 말은 내가 사회복지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다. 아마도 “사회복지사는 전문가!”라는 말과 함께 이 바닥에서 가장 많이 떠도는 유언비어(流言蜚語)가 아닐까 싶다. 나는 어쩌다 보니 20년째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사회복지에서 왜 홍보가 중요하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다. 그것은 마치 어린 장금이(―드라마 「대장금」의 여주인공―)에게 “왜 홍시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니까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했을 뿐이라고 말하면서 울먹였던 것처럼 (사회복지에서 다들) 홍보가 중요하다고 말하니까 그렇다고 한 것뿐인데 자꾸 이유를 따지면 나도 장금이처럼 할 말이 없긴 마찬가지다. 그만큼 사회복지 안에서 홍보의 중요성..
수염의 발단 지금까지 나는 매일 면도를 하고 출근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하는 것은 출근하기 전 당연한 일과 중에 하나였다. 대체로 전기면도기를 사용하지만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은 일회용 면도기로 한 번 더 깔끔하게 면도를 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만큼 나의 일상에서 면도는 중요한 의식과도 같았다. 그랬던 내가 면도를 안 한 지 벌써 두어 달 지났다. 체질상 털보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예전과는 인상이 확실히 많이 바뀐 건 사실이다. 갑작스런 수염의 시작은 이랬다. 매일 면도를 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아침마다 면도날에 베인 피부를 주말에라도 잠깐 쉬게 할 겸 그냥 놔둔 것이 발단이 됐다. 그러던 여느 월요일 아침, 주말 내내 까무잡잡하게 자라난 수염을 면도하려고 거울을 보다가 문뜩 엉뚱..
「개소리에 대하여(원제: On Bullshit)」라는 책이 있다. 제목이 좀 유별나서 그렇지 사실 이 책은 TV 프로그램에 소개가 될 정도로 꽤 유명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해리 프랭크퍼트(Harry G. Frankfurt, 1929-2023)는 미국 프린스턴대 철학과 교수로 현대사회에서 저명한 도덕철학자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프랭크퍼트가 1986년 예일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개소리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후 20년이 지나 2005년이 돼서야 단행본으로 발간된 것이다. 책이 발간되자마자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에 27주간이나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이 책이 발간되고 난 후 또 20년이 더 ..
"주어진 대로 순응하면서 그냥 살면 되지 뭘 그리 세상에 불만이 많아?" "누구는 좋아서 그냥 사는 줄 알아? 먹고 살려다 보니까 다들 참고 사는 거야." "넌 뭐가 그리 잘났는데? 모나게 굴면 정 맞는 게 세상 이치야" 사회복지사 일을 하면서 주변사람들로부터 가끔씩 듣던 말들이다. 나는 원래 성격이 사소한 일에도 잘 투덜거리는데다가 사람들이 내가 쓴 글을 읽고 독후감 겸 핀잔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냥 타고난 성격이려거니 하면서 못 들은 척 그냥 넘어갔는데 좋은 말도 자주 들으면 실증이 나는 법인지라 자꾸 듣다 보니 내가 정말 그런가 싶어 어느 날 문뜩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흔히 나 같은 성격의 사람을 두고 염세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염세적이란 말은 세상을 괴롭고 귀찮은 것으로..
사회복지실천에 대한 형이상학적 알쓸복잡 쉽게 씌어진 글(feat.윤동주) 내가 사회복지를 시작한 지 딱 10년 만에 제주도로 내려왔으니까 이 일로 먹고산 지도 거의 20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사회복지 일을 하면서 보람된 일들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도 되고 스스로 자괴감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남들은 먹고살기에도 바쁘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 나는 철학자도 아닌 주제에 ‘사회복지란 무엇인지’,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사회복지(사)가 이래도 되는 건지’ 배부른 고민을 하고 또 했더랬다. 덕분에 그런 고민의 흔적들이 쌓여 어쩌다 책을 내기도 했지만, 나는 아직 제대로 된 답을 찾지 못한 채 현실에서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사람들은 가끔 나의 필명이 왜 ‘알쓸..
삶을 디자인 하는 건축, 사회복지 140년이 넘도록 공사 중인 성당 1882년 착공을 해서 현재까지 140년이 넘는 시간동안 공사가 진행 중인 성당이 있다. 바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중심부에 우뚝 솟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Temple Expiatori de la Sagrada Familia)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 1852-1926)가 설계를 맞아서 우리에게 '가우디 성당'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근대를 지나 현대에 걸쳐 지어지고 있는 유일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또 미완성 건축물로는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매년 수백 만 명의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으로 유명하다. 바르셀로나 시내 중심부에서 공사 중..
부제: 사회복지 실천에서사회복지 실천에서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어려움 지금껏 나는 업(業)으로써 사회복지를 20년 가까이 하고 있지만 워낙에 이곳저곳 이직(移職)이 잦았던터라 스스로 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자평(自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또 한번 직장을 옮긴 요즘 점점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하나 있다. 나는 지금 옳은 일을 하고 있는가? 사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스스로 던지는 질문치고는 너무나도 원초적인 질문이다. 현재 맡은 직책이 직원들을 이끌고 사회복지를 실천해야 할 처지에 있다보니 그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하지 못하면 앞으로 직원들을 볼 낯이 없을 것만 같아 고민은 더 깊어진다. 그래서 단지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망상이라고 가볍게 웃어 넘길 일만은 ..
부제: 사회서비스원 출범에 따른 돌봄서비스 공공성 논란에 대하여 공공재의 특성 두 가지 어두운 밤바다를 비추는 등대는 대표적인 공공재다. 공공재란 생산과 동시에 모든 구성원들이 골고루 사용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구성원’과 ‘골고루’라는 말이다. 공공재가 가지는 가장 중요한 특성 두 가지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이다. 비경합성(non-rivalry)이란 개인이 특정의 재화를 소비해도 그것이 타인의 동일한 재화의 소비를 방해하지 않고 ‘골고루’ 사용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말한다. 또 비배제성(non-exclusion)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더라도 그 나라의 국민이라면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등대의 불빛이 큰 배나 작은 배를 가리지 않고 밤바다를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