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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원, 돌봄등대될까

오아시스(沙泉) 2023. 9. 13. 18:52
부제: 사회서비스원 출범에 따른 돌봄서비스 공공성 논란에 대하여
공공재의 특성 두 가지

  어두운 밤바다를 비추는 등대는 대표적인 공공재다. 공공재란 생산과 동시에 모든 구성원들이 골고루 사용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구성원’과 ‘골고루’라는 말이다. 공공재가 가지는 가장 중요한 특성 두 가지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이다. 비경합성(non-rivalry)이란 개인이 특정의 재화를 소비해도 그것이 타인의 동일한 재화의 소비를 방해하지 않고 ‘골고루’ 사용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말한다. 또 비배제성(non-exclusion)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더라도 그 나라의 국민이라면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등대의 불빛이 큰 배나 작은 배를 가리지 않고 밤바다를 지나는 모든 배를 향해 골고루 빛을 비추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공공재에는 등대나 도로, 공원처럼 눈에 보이는 재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밤새 두 다리를 쭉 뻗고 편히 잠을 잘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경찰관들과 소방관, 또는 군인들이 이 나라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가가 제공하는 치안, 소방, 국방 등 공공의 서비스도 공공재에 속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아동, 노인,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돌봄과 같은 사회서비스도 공공재일까? 물론 사회서비스도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서 소비를 제한할 수 없고,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사회서비스도 공공재가 거의 확실해 보이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사실 사회서비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공공서비스인지 민간서비스인지를 두고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되어왔다. 더군다나 최근 몇 년 사이 전국 광역지자체마다 사회서비스원이라는 공공기관이 설립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붓고 있다. 필자 또한 사회서비스원 산하기관에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이라 요즘 머리가 많이 복잡하다.

사회서비스는 공공재인가

  원래 공공재는 그 공급을 시장의 메커니즘에 일임할 수 없는 서비스(경찰, 국방, 소방 등)를 수익자인 국민이 세금을 지불하고 그것을 정부가 대신 공급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역사는 민간 사회복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복지 정책은 정부가 만들고 있지만 그 실행은 민간에서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복지를 책임지는 공공의 사회서비스 정책이 민간에 의해 제공된다고 해서 민간서비스가 되는 것이 아닌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회서비스는 민간에 위탁되는 순간 사유화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제 와 다시 정부가 공공기관을 설립해 서비스를 제공하면 공공성이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는 발상은 사회복지사가 보기에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회서비스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익자가 한정되고, 서비스 공급을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에게 위임하는 혼합재의 형태를 가지고 있긴 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거의 사회적 재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제 돌봄은 어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군대와 경찰, 소방이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나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을 막기 위해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이듯이 인구변화에 따라 생겨나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이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사회서비스원이다.

  지금까지는 사회서비스를 두고 공공성 논란이 있어 왔지만, 현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는 사회서비스도 국방과 치안, 소방서비스처럼 공공의 서비스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때문에 사회서비스도 반드시 공공재의 특성인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가지고 제공돼야 한다. 사회서비스가 필요한 국민이면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대상자를 가려서 선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도 안 된다.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아무리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사회서비스라도 공공재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가지 덧붙여서, 군인, 경찰, 소방관,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공공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보다 더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과 처우도 함께 개선되길 희망한다.


**사람+돌봄×상생=공공성?! ...알쓸복잡

*이 글은 필자가 <2022.10.30.일자, 제민일보 독자기고>에 투고한 원고를 재구성 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