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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회복지사 - ① 전문가의 조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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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회복지사 - ① 전문가의 조건

오아시스(沙泉) 2021. 12. 30. 11:00
사회복지사는 전문가인가?

사회복지사는 전가인가?”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당연히 그렇다!”라고 대답하겠지만 속으로는 그런가?’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나 스스로는 항상 사회복지사가 전문가라고 다짐하며 살고 있지만, 막상 인터넷에서 설문지를 작성하거나 회원가입을 할 때 직업란에 전문직으로 표시해야 할지 서비스업으로 표시해야 할지, 그것도 아니면 기타란에다가 사회복지사라고 주관식으로 써야 할지 망설여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더군다나 나는 삼수에 걸쳐서 그 어렵다는 사회복지사 1급 시험에 합격했는데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을 때가 많다. 나는 10년이 넘도록 사회복지사로 살았지만 지금도 스스로 전문가라는 확신이 들지 않아 슬픈 자괴감이 드는 요즘이다.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는 다양한 분야에서 각기 다른 기준에 의해 정의되고 있다. 보통은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을 많이 쌓은 사람들을 전문가라고 부른다. 대부분 학계의 박사나 교수, 연구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굳이 박사님들처럼 학력이 높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경력을 쌓아 숙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도 전문가로 인정하기도 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기능장, 기술사, 장인 등으로 불린다. 또한 특정한 직업이나 일을 할 수 있도록 면허를 딴 사람도 전문가로 인정받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일명 자가 들어가는 직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회복지사도 가 들어가는 직업이기도 하고 대학에서 사회복지 관련 전문지식을 쌓아야 자격이 주어지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없이는 사회복지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 또 일부는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국가고시를 통해 상급 자격을 부여받기도 하니 과연 전문가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것만 같다. 그런데도 나는 사회복지사가 스스로 전문가로 불리는 것이 어딘가 많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자격지심일까.


  하긴 누가 뭐래도 사회복지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사회복지사를 떠올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사회복지사가 진정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 정도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전문가에 걸맞은 사회복지사 자격에 관한 단행 법률의 존재다. 예를 들면 변호사법’, ‘의사법’, ‘약사법과 같은, 흔히 말하는 ○○사법을 말한다. 우리가 익히 전문가로 알고 있는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은 이미 1950년대부터 단행 법률이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다. 사회복지사도 의사와 변호사들처럼 자격을 규율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2012년부터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법률의 대상이 그냥 사회복지사가 아니라 사회복지사 등으로 표기되어 있어 사회복지사의 전문가 위상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나마도 법 조항에 ‘~을 위해 노력한다.’, ‘~을 할 수 있다.’ 등의 모호한 표현들이 많아서 강제성이 없다는 점도 모양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이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법률이 제정되기까지 그동안 선배 사회복지사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고, 또 이를 통해 사회복지사가 전문가로서 법적인 위상을 인정받는 초석을 마련한 것은 고마운 일이다.

  사회복지사가 전문가이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은 전문가의 희소성이다. 희소성이 높으면 전문가의 가치와 위상도 그만큼 함께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소위 전문가들의 연간 자격증 발급 건수를 살펴보면, 의사는 1년에 약 3,300여 건, 변호사는 1,600여 건, 공인회계사는 1,000여 건, 세무사 700여 건, 변리사 200여 건 등으로 명색이 전문가답게 자격증 따기가 정말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어렵다. 이에 반해 사회복지사(2)의 한 해 동안 자격증 발급 건수는 놀랍게도 80만 건에 육박한다. 같은 해 운전면허 발급 건수가 100만 건인 것과 비교해 보면 사회복지사의 자격증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대충 짐작이 간다. 이제 곧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운전면허처럼 어느 집 장롱 안에 하나쯤 가지고 있을 법한 국민 자격증 시대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더군다나 이렇게 사회복지사는 매년 수십만 명씩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사회복지사가 일할 곳은 얼마 되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난무하고 그로 인한 공급과잉으로 앞으로 노동시장 불균형이 지속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리고 덤으로 사회복지사의 전문가로서 가치와 위상도 함께 떨어지고 있다. 사회복지사 자격을 관리하는 기관인 사회복지사협회는 얼마 되지도 않는 회비를 걷는 데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자격제도를 정비하는 데도 신경을 좀 썼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냉정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전문가에 대한 사회 통념상 인식이다.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속칭 자타공인 전문가자칭 전문가두 분류로 구분할 수 있다. 흔히 자타공인 전문가라고 하면 앞서 말했듯이 변호사, 의사, 세무사 등 일명 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일컫는다. 이러한 전문가 직업군은 희소성도 희소성이지만 고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상품이 따로 존재할 정도로 사회적인 대우가 남다르다. 그만큼 사회 통념상 인식이 높다는 의미다. 반면 사회복지사는 말을 꺼내기조차 부끄러운 일이지만 스스로 전문가라고 외쳐대는 자칭 전문가다. 사회복지사는 전문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처우는 낮고, 사회적 인식은 자원봉사자 정도로 인식되고 있어 어딜 가서 전문가라고 함부로 명함도 못 내미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사회복지사를 꾸준히 전문가라고 부르는 건 사회복지사 자신들 뿐이다. 전문가는 스스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부터 인정받을 때만이 비로소 전문가의 위상을 얻을 수 있다. 그 흔한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도 스스로 운전 전문가라고 떠들고 다니면 운전을 과시하거나 자만하는 사람으로 생각이 들겠지만, 옆자리에 탄 사람이 이야~ 당신은 정말 운전을 잘하는군요. 완전 운전 전문가 같아요!”라고 인정을 하면 운전자도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회복지사가 사회적으로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것만 같다. 가장 먼저 고질적인 자격제도부터 개선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복지사에 대한 처우와 업무환경도 사회 통념상 전문가 수준으로 높여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사회적인 요건을 갖추는 것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사회복지사 스스로가 전문가의 자질을 갖추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전문가라면 마땅히 고도화된 전문지식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체계적인 업무수행 과정도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갖추어졌다면 전문가만이 누릴 수 있는 업무의 자율성도 함께 보장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사회복지사는 스스로 높은 도덕성까지 갖춰야 하는 진정한 전문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사회복지사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한다.

우리도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인데……

  사회복지사들끼리 모이면 신세를 한탄하며 자주 주고받는 말이다. 나를 포함한 대한민국 사회복지사들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가 이토록 전문가로서 확신이 안 드는 것은 혼자서는 넘을 수 없는 사회적인 벽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회복지를 대표하는 각계각층의 단체들이 알음알음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있지만 굳어진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전문가의 사회적 인식은 법과 제도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온 국민이 사회복지사를 전문가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행동(action)보다는 운동(movement)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100만 명이 넘는 사회복지사가 있는데 두려워할 것이 없다. 일단 해보자. 전문가가 되는 그날이 오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