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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삼다(三多) - (2) 다작(多作) 본문

사회복지사의 글쓰기

글쓰기 삼다(三多) - (2) 다작(多作)

오아시스(沙泉) 2021. 9. 8. 18:33
  글쓰기에는 철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축구나 수영이 그런 것처럼 글도 근육이 있어야 쓴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그래서 '철칙'이다.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평소 유시민 작가가 쓴 글을 좋아하고 또 최근에 그가 쓴 글쓰기 관련 책을 읽고 많이 공감을 했다. 그런데 유시민 작가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 대부분은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바로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글쓰기 삼다(三多)'가 그것이다. 말은 쉬워 보이지만 좀처럼 실천에 옮기기란 쉽지가 않다. 현대사회는 옛날보다 점점 많이 복잡해지고 삶은 더 팍팍해졌다. 책읽기는 고사하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세상이다. 더군다나 사무실에서 매일같이 서류와 보고서에 파뭍혀 살 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글쓰기 3원칙'은 정말 지키기 어렵다. 그런데 잘 쓰고는 싶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현대사회를 사는 직장인들은 '글쓰기 삼다(三多)'를 현실에 맞게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오늘은 '글쓰기 삼다(三多)' 두 번째 시간으로 '다작(多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글쓰기와 글씨 쓰기는 같은 게 아니지만 잘 하려면 근육을 길러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자를 읽을 줄 알아도 써보지 않으면 잘 쓰지 못하는 것처럼,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게 많고 말로는 잘 표현하는 사람도 글을 많이 쓰지 않으면 잘 쓰지 못한다.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쓸 수록 더 잘 쓰게 된다.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글쓰기는 노동이다. 직장인의 글쓰기는 육체적인 노력과 정신적인 노력이 전부 필요하기 때문에 노동 중에서도 중노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직장인에서의 글쓰기 노동을 나쁘게만 볼 일도 아니다. 자발적인 의지가 아니라 타인의 강요에 의해 쓰는 글일지라도 꾸준히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아니 해야만 하는 곳이 사무실이 아니던가.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사무실은 다작(多作)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도 돈을 받아가면서 말이다. 사무실에서 쓰는 글이 보고서이든 업무일지든 다른 어떤 사고한 글일지라도 직장인으로서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사표를 던질 때까지 써야한다면 수련하는 자세로 요령껏 글쓰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그렇다면 다작(多作)을 위한 글쓰기 요령은 무엇일까? 초보자들은 '다작'이라고 하면 글을 여러 편 쓰는 것으로 생각하고 막막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다작'의 의미를 ' 많이 고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부분의 작가들도 '글은 쓰는 것이 아니라 고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작가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의 원고를 400번 넘게 고쳐 썼다고 한다. '원고의 초안은 걸레다'라도 말 할 정도의 사람이었으니 오죽이나 했겠나 싶다. 사실 필자도 한편의 칼럼을 완성하는데 최소 100번은 넘게 고쳐쓴다. 100번을 고쳐 쓴 글도 돌아서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나마 그정도의 퇴고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공감을 얻는 글이 탄생하고 그나마도 비판을 덜 받는 글이 된다. 나는 한 편의 칼럼을 쓰는데 100번의 다작을 한 셈이다.

 

두 대통령은 눈이 높았다. 한마디로 고수다. 고수일수록 퇴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실제로 쓰는 시간보다 고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초고가 완성되면 발제 정도가 끝난 것이다.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글쓰기 시작이다. 고치는 것은 마감 시한도 없다. 연설하는 그 시각이 마감 시각이다. 그때까지는 계속 고친다. - 대통령의 글쓰기

 

  아무리 훌륭한 작가라도 첫 문장부터 글을 잘 쓰기는 어렵다. 그런데 첫 문장이 중요하긴 하다. 첫 문장은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자극한다. 읽고 싶은 글을 제목과 첫 문장에서 판가름 난다. 첫 문장을 잘 쓰기 위해서는 글의 전체적인 구상이 필요하다. 흔히들 글쓰기를 집짓기로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설계도가 없이 무작정 덤벼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하다. 집짓기와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설계도가 필요하다.

 

  글쓰기의 설계도는 개요를 작성하는 것이다. 생각하는 주제에 대한 큰 뼈대를 만든다고 보면 된다. 글의 개요를 만드는 과정은 PPT를 만드는 과정과 동일하다. 우리는 보고서를 완성한 후 PPT자료를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PPT자료를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보고서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 미리 만들어 놓고, 살을 붙여 나가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쓰면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보고서를 완성할 수 있다. PPT가 글의 설계도가 되는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쓰던 가장 일반적인 얼개 짜기는 이런 것이다. 먼저, 하고 싶은 얘기를 서너 개 정한다. 이것이 큰 제목이 된다. 이러한 큰제목 안에 들어갈 내용을 중간제목으로 열거한다. 또 중간제목 안에 들어갈 내용을 그 아래 적는다. 소제목들이다. 이렇게 하여 큰제목, 중간제목, 소제목이 나오면 얼개가 짜진다. - 대통령의 글쓰기

 사무실에서 주로 쓰는 글쓰기는 보고서의 형태다. 보고서는 독자(직장상사)에게 즐거움을 주기위한 글이 아니다.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인 글이 보고서다. 보고서를 쓰는 데 가장 효율적인 글의 구조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서론-본론-결론'이다. 문자가 탄생한 이래 '서론-본론-결론'의 3단 구조는 가장 효율적인 글쓰기 방법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논법'처럼 메세지를 전달하는 데 논리적으로 가장 탄탄한 구조다. 물론 글을 읽는 재미는 별로 없지만 말이다.

 

  처음 글을 쓸 때 글의 전체적인 구조를 '서론-본론-결론'으로 뼈대를 세우고 나면, 이제 남은 것은 재료를 구하는 것이다. 우선 떠오르는 키워드를 생각나는대로 적어보고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뒤지거나 또는 사색(思索)을 하거나 해서 자료를 수집한다. 수집된 자료는 글의 구조에 맞게 나누어 재배열한다. 그렇게 수집된 자료와 주제에 대한 키워드에 살을 붙여 가면서 글을 조금씩 완성해 가면 된다.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기능이다

 

   유시민 작가의 말이다. 글쓰기는 타고 난 것이 아니라 갈고 닦아야 한다는 의미다.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의 실력이 타고난 저중심 신체구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 머리속의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옮겨 적으면 그게 글이다. 쓰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린다.

 

  글쓰기에는 비법이나 왕도가 없다. 지름길이나 샛길도 없다. 그래서 다들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무슨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면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무허가 비닐하우스에서 태어난 사람이든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가 상속자든, 글쓰기를 할 때는 만인이 평등하다. 잘 쓰고 싶다면 누구나, 해야 할 만큼의 수고를 해야 하고 써야 할 만큼의 시간을 써야 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