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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의 글쓰기

누가 읽는 글인가?

오아시스(沙泉) 2021. 9. 6. 17:20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남기는 과정이다. 생각을 글로 남긴다는 것은 나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다. 나만 혼자 보려고 굳이 생각을 글로 남길 이유는 없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있으면 읽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사실 좋은 글은 특정된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물론 독자를 가장 많이 만족시키는 글일수록 가장 좋은 글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책들은 잘 씌여진 글이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다르게 말하면 가장 많은 독자들이 만족하고 공감하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사람도 그렇듯
글을 읽는 사람도 자신의 입장에서 글을 읽게 되는 경우가 많다.
- 마샬 맥루한

 

   글을 쓸 때는 읽는 사람을 고려해서 쓰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쓰고 있는 글을 읽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얼핏 쉽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공감을 얻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글쓰기로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상대방의 생각과 성향을 배려하며 써내려 간 글이어야 한다. 가끔씩 수 십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하고 독자들이 외면했던 책이 어느 날 갑자기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런 일이 생길지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것은 글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글을 읽는 독자들의 성향 또는 의식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쓸 당시 사회적 분위기나 사람들의 성향에서 공감을 얻지 못한 내용이 세월이 흘러서 사람들의 의식이 변하고, 우연히 책의 내용이나 또는 그 책을 쓴 작가를 재조명하게 되는 사회적 이슈가 발생함으로써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글은 독자와의 대화다. 말을 하고 글을 쓸 때는 자기가 하고 싶은 내용과 상대가 듣고 싶은 내용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내용만 얘기하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그렇다고 듣고 싶은 얘기만 하는 것 역시 실속이 없다. 자칫하면 아부나 영합이 될 수도 있다. 교감이 필요한 것이다.  - 대통령의 글쓰기

 

  우리는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쓰던지 친구와 카톡을 하던지 하루종일 키보드를 두들기며 무언가를 쓰고 또 쓴다. 그런데 정작 보고서를 쓰는 것은 글쓰기로 생각하지 않는다. 보고서도 쓰는 사람(작가)이 있고 읽는 사람(독자)가 있는 글쓰기의 한 장르다. 당연히 보고서도 읽는 사람(-사무실에서는 직장상사 정도 되겠다-)의 공감을 얻어야지만 쉽게 결재를 득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가 공감을 얻어야 하는 것은 글을 읽은 모든 독자들이 갖는 즐거운 특권이자 희망이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공감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글을 쓰는 장소가 서재이든 사무실이든 어디든 간에 글쓰기의 가장 큰 기쁨은 독자의 공감을 얻는 것이다.  

 

 

  사람마다 글을 쓰는 이유는 각기 다르고 또 글을 읽는 독자들의 취향도 제각각이지만 사무실에서 쓰는 글쓰기는 어느정도 독자층이 정해져 있다. 바로 직장상사다. 직장상사도 우리가 쓴 글을 읽는 독자에 불과하다. 우리가 사무실 안에서 쓰는 글쓰기는 독자의 공감정도를 바로 파악할 수 있다. 내가 쓴 글(보고서)을 직장 상사가 공감의 표시로 결재란에 싸인을 하는 것으로 공감의 표시를 대신한다. 독자가 공감하지 않으면 공감할 때까지 몇 번이고 재도전 해야 하는 것이 사무실에서 글쓰기의 운명이다.

 

상사란 조직도표상의 계급도 아니고, '기능'도 아니다. 그는 그저 사람이고 또한 그가 맡고 있는 직무를 수행할 권리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는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의지한다. 상사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그를 관찰해야 하고, 그가 일하는 방식을 파악해야 하며, 그가 업무에서 효과를 거두는 방식에 스스로를 적응시켜야 한다. 간단히 말해, 상사가 상사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하의 의미다. 그렇게 하려면 상사를 관찰하고 "상사의 강점은 무엇일까?"라고 질문해 보아야 한다. "상사는 성과를 올리기 위해 어떤 식으로 직무를 수행하는가? 상사가 중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라고 혼자 질문해봐야 한다. 이것이 상사를 '관리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 피터 드러커

  보고서라는 글을 쓸 때는 내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인 직장상사의 의식수준과 취향에 맞는 글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잘 쓴 보고서라도 상사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보고서는 쓰레기통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사회복지사의 업무적인 특성상 개인적인 생각이나 주장을 문서에 작성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일상적인 행정적인 업무가 그렇고, 각종 제안서와 프로그램 홍보물 등이 그렇다. 사무실에서 주로 쓰는 계획서나 평가서 작성할 경우 그 문서를 받아볼 사람(조직 내에서는 결재라인)이 받아 보았을 때 글쓴이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써야하고, 그러한 글이 개인적인 주장일 경우에는 글을 받아보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만 한다.

 

  글로서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가 않은 일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 개인적인 견해를 가지고 논리적인 주장을 펼친다고 해서 글을 읽는 사람이 글쓴이의  생각과 똑같을 것이라는 기대는 애시당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것은 세상에 나같은 사람이 또 있을 것이라는 허황된 생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