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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시대 뉴노멀 사회서비스

오아시스(沙泉) 2021. 12. 27. 13:43

  2020년 3월, 중국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다급하게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WHO의 팬데믹 선언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공항을 폐쇄하거나 비행기의 이동을 제한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보다 한 발 빠르게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덕분에 세계적으로 방역모범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대선을 100일 정도 남겨 둔 시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이 정치적으로 이슈화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금방이라도 끝날 것 같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2년 동안 지속되다보니 사람들도 많이 지쳐있기도 하고,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도 이제는 익숙해진 탓에 (어느정도 다들 백신도 맞았겠다) 다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열망하는 분위기다.

  사회복지분야에서고 코로나-19가 가져온 가장 큰 사회적 변화라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지금까지 줄곧 대면서비스만을 주로 제공해 온 사회복지시설들은 정부가 막무가내식으로 무기한 휴관을 하거나 임시폐쇄조치를 내리면서 사회복지사들은 손쓸 새도 없이 그저 속수무책으로 상황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회복지시설 폐쇄로 인한 돌봄 공백의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이나 노약자, 장애인 등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 돌아갔다. 예컨데 어린이집이 폐쇄조치 되면서 맞벌이 부부는 돌아가며 돌봄 휴가를 사용해야 했지만 2년이나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한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설뿐만 아니라 집에서 머물고 있는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제공되던 사회서비스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명분으로 갑자기 뚝 끊기면서 그들의 생존까지 위협받게 되었다. 또한 집단감염에 취약한 요양시설의 폐쇄조치는 이용자들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들마저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코나라-19가 창궐한지 이제 2년이 지난 지금 어느정도 숨돌릴 여유가 생겨서 일까. 사회복지시설처럼 대면서비스가 불가피한 사회서비스 제공에 대한 새로운 대안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핵가족화 등 가족구조 변화에 따른 가족해체와 돌봄 기능의 약화로 지금까지 꾸준히 돌봄 서비스의 사회화 정책이 확대되어 왔다. 그로 인해 국공립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 수는 급증하였고, 노인요양시설 또한 2008년 장기요양보험 시행이후 크게 증가했다. 최근에는 복지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명목으로 지자체별로 사회서비스원이 설립되면서 그동안 민간에 이양되었던 사회서비스를 또다시 공공에서 운영하겠다며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또한 서비스의 제공주체의 변화일 뿐 돌봄 서비스의 사회화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돌봄 서비스의 사회화 정책은 코로나 이후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라는 장점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저출산 고령사회가 지속될수록 공공위주의 사회서비스는 국가적으로 큰 위기가 될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들고 사회서비스의 공적부담이 계속 늘어만 가는 상황은 향후 복지국가로 발전하는데 매우 큰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징후를 감지한 정부는 최근 사회서비스의 탈시설화를 위해 지역사회통합돌봄(일명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펼치고 있다. 향후 예상되는 사회문제를 생각한다면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고 여겨지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돌봄 서비스의 사회화가 사회적 재난상황에서 속수무책일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증명됐다. 전문가들은 신종 바이러스는 앞으로도 언제든 다시 출몰할 가능성이 크고, 코로나-19 또한 영원히 종식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장기전으로 치닫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돌봄 사회서비스 정책방향이 수정될 필요가 있다는데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른바 사회서비스의 뉴노멀(New Normal)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기존의 것을 좀 바꿔보려고 하면 역린(逆鱗)이라도 건드린양 서로 물고 헐뜯고 난리가 난다. 더군다나 사회서비스처럼 돈이 되고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회복지정책은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해도 정치적 이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다보면 결국엔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돌봄 서비스와 같은 사회적 서비스는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단 하루도 멈출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서비스 이용자(또는 잠재적 이용자)의 편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 큰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더군다나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앞으로 풍토병처럼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어쩔 수없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할 운명이라면 사회서비스 정책에도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정책의 기조는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공적 사회서비스는 전염병과 같은 사회적 재난상황에서는 한 순간에 마비될 수 있기 때문에 돌봄 서비스의 사회화는 반드시 지역화(?)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돌봄의 지역화는 초고령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돌봄예산의 공적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주민 스스로의 복지 자생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기존에 민간에서 제공되는 사회서비스와 지역주민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 사회복지 환경과 인식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다음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비대면(非對面) 사회서비스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사회서비스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까지 순식간에 바꿔버렸다. 돌봄 서비스의 특성상 대면서비스는 불가피하겠지만 최소화할 필요는 있다. ICT와 AI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지역사회 돌봄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구축하고, 분절된 민-관 서비스를 통합하여 서비스 제공단계를 축소해야 한다. 비대면 사회서비스는 사람간의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적인 면에서 서비스의 통합을 의미한다. 그리고 향후 또 다른 감염병 발생시를 대비해 비대면 서비스 제공을 위한 매뉴얼 마련도 필요하다. 매뉴얼을 서비스 제공자뿐만 아니라 이용자를 위한 것도 함께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이른바 사회서비스의 ‘뉴노멀(New Normal)’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세번째는 기존에 제공되던 사회서비스의 운영 전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공공과 민간의 제공주체를 모두 포함한다. 돌봄 서비스의 지역화 정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고 해서 기존의 시설중심의 돌봄이 불필요해 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회복지 시설 또는 민간 사회복지사에 의해 직접 제공되는 돌봄 서비스의 과정을 사회서비스의 지역화에 맞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설운영지침을 마련하고, 시설운영방식도 시대변화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사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아니더라도 진작에 바뀌긴 했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돌봄 서비스의 지역화가 성공적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돌봄의 1차적 책임이 개인 또는 지역사회에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현재의 정책방향대로라면 돌봄의 책임을 전부 국가의 책임으로 떠안으려는 의도가 있는 듯한데, 이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감당할 수 없는 비용부담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단절은 심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돌봄 정책은 통합 시스템 구축이나 매뉴얼을 마련하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복지(사회서비스)에 대한 지역주민의 인식이 변화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분명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의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방역의 모범국가가 되었듯 사회서비스 정책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예로부터 우리 국민들은 큰 위기가 닥칠때 마다 똘똘 뭉쳐서 슬기롭게 해결해오지 않았던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대한민국 사회복지도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